임영식 사진가, 전주향교에서 다섯번째 개인전

 

20251002_152821.png

 

임영식 사진가가 지난달 27일부터 12일까지 전주향교 서무에서 다섯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봉행'을 주제로 펜데믹 이후 석전대제를 중심으로 촬영한 36점의 사진을 소개한다. 전주향교에서 봉행하고 있는 석전대제와 분향례를 중심으로 펜데믹 이후 최근에 촬영한 사진을 선보인다.

추석 연휴기간 전주향교를 찾는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글과 영문으로 작성된 사진 설명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번 사진전이 실시되는 기간 중 전주향교는 휴관일(매주 월요일) 없이 정상 개관할 예정이다.

작가는 전주향교의 석전대제와 분향례 등 관련 행사를 15년 동안 꾸준히 촬영해오고 있자. 전국의 234개 향교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현재 175개의 향교를 봉심했다.

전시는 전주향교 석전대제, 전주향교 분향례, 겨울 대성전 등이 전시된다.

석전대제 (釋奠大祭)는 공자를 비롯한 유교의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으로, 유교 제례 중 가장 규모가 큰 국가 무형유산이다. '석(釋)'은 '베풀다', '전(奠)'은 '술을 올리다'는 뜻으로, 성현의 제단에 제수를 차리고 술을 올리는 의식을 의미한다. 장소는 서울 성균관 대성전과 전주 등 전국의 향교에 있는 문묘(공자의 사당)에서 봉행된다. 그 시기는 매년 음력 2월과 8월 첫 번째 정일(丁日)에 거행된다.

전주향교 분향례(分香禮)는 향교에서 봉행하는 제례 행사로, 이때 유림들은 두루마기를 입는 것이 아니라, 전통 복장인 한복을 착용한다. 분향례는 음력 매달 초하루(삭)와 보름(망)에 대성전에 봉행, 유림들이 제례를 올리기 위해 두루마기가 아닌 한복을 갖추어 입는다. 삭(朔)은 매월 음력 초하루, 망(望)은 매월 음력 보름(15일)을 말한다. 전주향교는 이날 아침에 전교를 비롯한 유림들이 대성전을 비롯한 교궁을 청결하게 하고 공자를 비롯, 선성선현(先聖先賢)에게 향을 피우는 삭망(朔望)분향을 갖고 있다.

눈 가득한 전주한옥마을은 그 어느 때보다 고즈넉해 보인다. 화려하고 북적이던 그 모습은 잠시 벗어버리고 고요한 옛 모습으로 되돌아간 듯해서 마음이 따스하다.

너무 번잡해진 한옥마을이 낯설 때가 많다. 작가는 고요함이 가득했던 전주향교의 설경을 잘 보여준다.

하마비가 있는 홍살문에서부터 전주향교로 걸어간다. 홍살문 너머로 만화루와 일월문의 지붕까지도 보인다.

가는 길은 온통 얼어 붙어 아주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옮겼다.

만화루를 지나 일월문으로 들어서기 전 만나는 넓은 공간에는 어스름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포토존으로 사용되던 긴 의자에는 눈이 가득 쌓였다. 오늘은 아무도 앉지 않았나 보다.

솟을대문으로 지어진 일월문으로 통과하면 제향 공간이 펼쳐진다. 반드시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 잊지 말라.

이윽고 눈 쌓인 전주향교가 펼쳐진다. 사람이 다니는 길 빼고는 눈이 가득 쌓였다. 이렇게 사람이 없는 향교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배롱나무가 마치 눈 속을 뚫고 자라난 듯 활짝 피어 있다.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킨 은행나무는 굵은 나뭇가지들 사이에 아직 눈을 품고 있다. 한나절 햇살을 받지 않았다면 잔가지 위에도 하얀 눈이 가득하다.

마주 보고 있는 두 은행나무는 언제 보아도 강력한 포스가 풍겨 나온다. 눈 덮인 전주향교 안에서 제일 눈에 쏙 들어왔던 것은 더 빨간 열매들이다.

온통 하얀 세상 속에서 단연 색깔이 화려할 뿐 아니라 한복 입은 커플들의 알콩달콩 사랑 덕에 더욱 빛 나는 것 같다.

언제 전주향교를 찾느냐에 따라 이 나무들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다르다. 봄에는 노란 산수유꽃이 활짝 피며 봄을 알리며, 겨울엔 하얀 눈과 어우러지는 빨간 열매를 볼 수 있다. 일각문을 지나 강학 공간으로 들어서니 어느새 커플은 명륜당에 앉았다.

하얀 눈 위에는 그들이 밟고 간 발자국만이 남아 있다. 둘만의 기억이 남을 수 있게 일부러 그쪽 눈은 밟지 않았다. 서재에 잠시 앉아 고요함에 취해본다. 80년대엔 이곳에서 대학생들이 기숙하면서 경와(敬窩) 엄명섭(嚴命涉, 1979~1993)선생으로부터 한문을 배웠다.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에서는 한 방울씩 똑똑 물이 떨어진다. 제각각 길이가 다른 모습도 재미 있다. 서재의 툇마루는 전주향교를 찾은 모든 이들의 핫플레이스다. 한 번쯤 저곳에 앉아서 쉬어본 적 있을 터이다. 담너머 빨간 산수유 열매도 한눈에 들어오는 햇살 가득한 곳이다. 서재 북쪽 뒤에는 5,059판의 목판을 보유하고 있는 장판각이 있다. 햇살이 벽에 멋진 그림을 그려놓았다. 고드름으로 그린 삐죽삐죽 기다란 모양이 앙증맞다. 나무 한 그루도 잠시 장판각 벽에 그림이 됐다. 계성사(啓聖祠)로 통하는 작은 쪽문을 감싸듯이 자란 산수유나무와 돌담, 하얀 눈, 따스한 햇살이 한 폭의 그림 같다. 해질녘이라 분위기가 너무 따스하다. 보통 곧게 뻗은 길들이 대부분이지만 이곳 바닥의 돌은 곡선으로 부드럽게 흘러간다.

이윽고 공자, 안자, 증자, 자사, 맹자의 아버지 위패를 모신 사당인 계성사이다. 1741년 세워진 계성사는 전국 234개소 향교 중에 제주향교와 이곳에만 있다고 하니 참 특별한 곳이다. 녹슨 자물쇠마저도 세월을 가득 품은 가치 있는 것으로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다.

전주향교는 원래 고려 말 경기전 근처에 창건됐다가 이후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복잡한 한옥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오히려 한적하고 좋다.

사람이 뜸한 때에는 조선시대로 돌아간 기분이다. 눈 내린 겨울에 들러 유생이 된 것 마냥 천천히 거닐어보기를 바란다.

이 사진 앞에 가을을 맞아 전통혼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바쁜 모습이 오버랩된다. 전주 고향인 그는 국방홍보원에서 기자로 15년 이상을 촬영했다./이종근기자

 


  1. '전주향교 행사 사진 다 모였네' 임영식 사진가, 전주향교에서 다섯번째 개인전

    임영식 사진가, 전주향교에서 다섯번째 개인전 임영식 사진가가 지난달 27일부터 12일까지 전주향교 서무에서 다섯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봉행'을 주제로 펜데믹 이후 석전대제를 중심으로 촬영한 36점의 사진을 소개한다. 전주향교에서 봉행하고 있는 석전대...
    Date2025.10.02 By전주향교 Views0
    Read More
  2. 천해 홍한표 서예가의 묵향 속에 깃든 삶의 길, 예술문화대상 수상하다. 

    천해 홍한표 서예가, 충무공의 유언 "전방급 신물언아사(戰方急 愼勿言我死)" 천해 홍한표 서예가는 지난 9월 26일, 사단법인 한국서예비림협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비림예술대전에서 그간의 예술적 열정을 인정받아 예술문화 대상,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이날...
    Date2025.10.02 By전주향교 Views2
    Read More
  3. 우주와 윤회 ; 이존한

    대우주 안에서는 1초마다 5만개의 별이 신생되고 소멸되면서(고전적 우주론) 줄곧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지만 그 가장자리의 바깥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밖에서의 에너지 공급이 없으니까 열역학(熱力學)에서는 제2법칙으로서...
    Date2019.12.26 Byjjhyanggyo Views1828
    Read More
  4. No Image

    삼국·고려의 전통사회의 효사상 - 이존한

    효는 전통사회의 모든 행위의 근본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 들기까지 생각하고 생활 양식화 하여 사회 효 문화로 정착하자 요즘 불행한 폐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여 매우 안타깝다. 원효(元曉)의 아들 설총의 아래와 같은 시를 봄으로써 경각심을 읽을 수 ...
    Date2019.09.23 Byjjhyanggyo Views799
    Read More
  5. No Image

    孝의 어제와 오늘

    孝의 어제와 오늘 이글은 유교문화 활성화 교육에서 김춘원 전교의 연설문임-편집자 오늘날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세계의 부러움을 살 만큼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정신문화의 면에서는 미흡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도덕성을 회복시켜...
    Date2019.03.25 Byjjhyanggyo Views68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